산후 우울증의 심각성은 최근 사회 뉴스 란을 통해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에서는 20대 여성이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갓난 아기를 안고 자신의 아파트 창 밖으로 뛰어내려 아이와 엄마 모두 숨을 거뒀다. 이보다 앞선 8월에는 경남 거제대교에서 20대 후반 여성이 3살짜리 아들, 4달 된 딸과 함께 바다에 뛰어내렸다가 엄마만 목숨을 건지고 두 아이는 숨을 거뒀다. 조사 결과 두 여성 모두 출산 후 산후 우울증에 시달려오다가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밝혀 졌다. 출산 후 겪는 흔한 증상이라고 간단히 넘어가기에는 그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그렇다면 산후 우울증은 왜 생기는 것일까? 전문가들이 말하는 산후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 은 호르몬. 출산 후 호르몬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에 교란을 일으켜 쉽게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호르몬의 변화뿐 아니라 출산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출산 후 육아에 대한 부담, 출산 후 체형변화 등도 산모로 하여금 무기력증, 자신감 상실, 소외감에 시달리게 한다. 특히 과거에 우울증 병력이 있거나 아기를 돌본 경험이 없는 경우,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임신/분만시 장애를 겪은 경우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또한 제왕절개로 아기를 출산한 경우,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경우 발생 빈도가 높다는 보고다.
산후 우울증이 생기게 되면 초기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기분이 우울하고 눈물이 많아지게 된다. 그러나 증상이 악화되면 식욕을 잃거나 불면증(또는 과대 수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심각할 경우 환청 및 환각에 시달리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남편이나 아이에게 무관심 또는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의 또 다른 심각성은 그 피해가 산모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우리는 산후 우울증 엄마를 둔 자녀들의 경우 사고능력,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자라면서 공격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개인의 문제인 줄로만 알았던 산후 우울증이 실은 가정, 나아가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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